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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열자는 제안은 실현 가능한 목표일까.

이에 대해서 국내 경제학자들 사이에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KDI(한국개발연구원) 같은 연구기관은 ‘충분히 달성 가능한 비전’이라고 말한다. 구조개혁과 기술혁신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2020년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5000달러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더욱이 구조개혁을 잘 해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강해져, 외국인 투자자들의 평가가 올라가고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지금보다 내려간다면(원화가치 상승), 4만달러까지도 바라볼 수 있다고 낙관론을 펴고 있다.

반면 우리 경제를 보수적으로 보는 학자들은 “소득 3만달러 달성은 불가능한 얘기”라고 손을 내젓는다. 한국경제의 규모가 세계 13위 수준으로 커지면서 과거 우리가 누려왔던 이른바 ‘후진국 이익’(advantage of backwardness)을 더 이상 향유할 수 없으며, 인구 고령화로 인해 경제성장률은 갈수록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또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삶의 질과 레저를 추구하는 욕구가 강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경제성장률이 갖는 의미는 더욱 퇴색할 것이란 설명이다.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실제 소득이 오를수록 성장률이 체감하는 것은 만국 공통의 현상이다. 과거 10년간 평균 7~8%의 성장을 거듭해온 우리나라가 향후 20년간 매년 6~7%의 성장을 유지한다는 것은, 그래서 무리일지 모른다. 특히 ‘박정희식 압축성장’의 폐해를 체험한 우리 국민들에게는 “아직도 고도성장에 집착하는가”라는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좀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면, ‘3만달러 시대’는 힘들지는 몰라도 충분히 도전 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한다. ‘다른 시각’이란 우선 소득 3만달러에 대한 개념 정의 문제다. 우리는 ‘3만달러’라는 숫자적 의미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 그것은 총체적인 의미의 선진사회를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용어일 뿐이다. 경제적으로만이 아니라, 소득 3만달러에 걸맞은 사회인식과 제도, 문화를 통틀어 가르키는 말이다. 3만달러는 2002년 기준에선 ‘대단한 수준’이다. 하지만 2020년쯤에는 다른 선진국과 경쟁국들도 소득이 올라가기 때문에 상대비교를 한다면 그 의미는 지금과 달라진다.

또 한 가지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3만달러 시대’가 과거식 성장 만능주의와는 분명히 다르며, 또 달라야 한다는 점이다. 앞으로 우리 경제가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고도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할 수 있다면 고도성장을 위한 노력 자체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이 두 가지는 다른 문제다. 이제부터 우리는 인구 고령화에 대비해 복지재정 비용을 쌓아야 하고 통일에도 대비해야 한다. 실업문제와 빈부격차도 해소해야 되고, 환경보호 재원도 마련해야 한다. 이런 모든 것을 하기 위해 우리는 다시 한번 도약해야 하고 국부(國富)를 축적해야 한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3만달러 시대’를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설정한다면 절대 무리한 일도, 무모한 일도 아닌 것이다. 1961년 케네디는 “인류를 달로 보낸다”는 슬로건을 통해 미국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제시했다. 소련이 스푸트니크 호를 우주에 쏘아 올리고, 보스토크 호에 가가린을 탑승시켜 유인궤도비행에 성공해 미국민들이 위축돼 있을 때 케네디는 비전을 내걸고 아폴로 계획을 밀고 나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개발된 많은 첨단기술들은 훗날 미국 경제와 산업부흥의 초석이 되었다. 역사상 선진국 진입에 성공한 나라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의 창을 적절히 활용해 선진국 반열로 도약했다. 미국과 스위스는 1·2차 세계대전, 일본은 한국전쟁이란 외부변수에 올라탔다. 이제 우리에게도 ‘중국’과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기회의 창이 열리고 있다. 중국은 우리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는 동시에 무한한 시장으로 다가오고 있다. 디지털과 인터넷은 역동적인 한국민의 저력을 맘껏 발휘할 기회의 공간이다.

경영학의 대가 톰 피터스는 “실패를 많이 할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아기가 걸음마를 배우려면 수천 번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기를 반복한다. 한국은 지난 40년간 앞만 보고 달려오다 IMF 위기에 걸려 넘어졌고,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상처를 입었다. 아기가 한두 번 넘어졌다고 일어서기를 포기하지 않듯이 우리도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국력을 하나로 모아 다시 도약해야 하며, 3만달러는 그 ‘1차 고지’인 셈이다.

(윤순봉 삼성경제연구소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