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봉=삼성의 인사 캐치프레이즈는 ‘한 명의 인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것이다. 지금은 빌 게이츠 같은 천재가 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다. 이제는 사람 머릿속의 지혜 지식 직관을 중시하는 내생 성장이론이 각광받고 있다. 삼성은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평가의 30%가 ‘인사’다. 인사를 제대로 못하면 이익을 몇 조 원씩 내도 보너스와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게 된다.

▽윤=평가는 두 가지로 이뤄진다. 첫째는 형식지(形式知)다. 어떤 목표를 주고 어떻게 수행했나를 평가하는 것이다. 이 경우 평가시점 직전 3개월 동안 잘한 사람은 점수가 좋고, 일년 내내 잘하다 마지막에 못하면 점수가 나빠지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웃음). 따라서 객관적 자료를 얼마나 많이 보유하느냐가 중요하다. 둘째는 암묵지(暗默知)다. 삼성은 삼각평가를 한다. 삼성경제연구소의 경우 세 사람이 조직, 고객, 학문적 기여로 나눠 평가한다. 삼성은 다면평가를 도입한 지 10년 정도 됐지만, 이를 연봉 승진 급여 등의 보상과 직접 연결시키지 않고 리더십 교정 수단으로 활용한다. 인기투표의 부작용 때문이다.

▽윤=기업인사가 정부보다 앞서가는 것이라기보다 환경이 다를 뿐이다. 기업은 세계 1등의 경쟁자와 붙어야 한다. 반면 국가경영은 독점산업이다. 모방을 중시하던 단계에서는 기업도 연공서열을 선호했다. 하지만 세계 1등 수준으로 가면 모방 대신 창조를 해야 한다. 여기서 인센티브가 중요하다. 삼성의 인사를 표현한 용어로 어느 언론에서 ‘능위공록(能爲功祿)’이란 표현을 썼다. 능력이 있으면 자리를 주고, 공이 있으면 녹봉을 준다는 뜻이다. 실제 삼성에서는 전무와 상무의 연봉이 역전되는 상황이 생긴다. 실적에 따라 연봉은 확 올랐다가 쭉 떨어지기도 한다.

▽윤=삼성 CEO 중 절반이 외부인사다. 그 정도로 피를 섞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난자가 근접해 온 수백 개의 정자 가운데 딱 하나만 선택하는 기준은 바로 자신과 가장 다른 염색체 배열을 가졌느냐의 여부다. 인류가 멸종되지 않은 것도 이 덕분이다. 같은 이치로 정부도 기업도 생존을 위해선 다원성, 다양성의 원리를 인사에 도입해야 한다.

▽윤=(삼성에 여성 부회장이 없다는 질문에) 아직은 상무 정도다. 차별이라기보다는 공급이 양적으로 부족한 측면이 크다. 하지만 여성 인력의 최고위층 진출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두 가지 이유에서 그렇다. 첫째, 국내에서 신규 노동력을 확보하는 길은 여성밖에 없다. 둘째 시대가 논리적인 세상에서 감성적 세상으로, 하드에서 소프트로 변하고 있다. 이 점에서는 여성들이 단연 우월하다. 아트 디자인, 홍보 등 여성들이 잘할 부서가 점점 많아진다. 10년만 지나면 확 달라질 것이다. 여성들이 무서운 속도로 올라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