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봉 삼성경제연구소 부사장은 ‘노마드'(nomad: 유목민) 문화의 신봉자다. 노마드 문화의 특징을 재해석,’빨리 빨리’ 등 과거 우리 민족의 단점으로 간주되어온 특성을 IT시대에 필요한 최대 장점으로 부각시킨 주역이다.

그는 규제와 관료주의를 노마드 문화를 확산시키는데 최대 걸림돌로 규정하고 있다. 지도자의 임무는 경제 주체들의 사기를 복돋우기 위해 불을 지피는 것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윤 부사장이 들려주는 창조적 파괴의 방향을 요약, 소개한다.

① 정부는 브레이크 개선작업에만 매달리고 있다. 2000cc급 승용차에 5000cc급 브레이크를 부착하는 과도한 규제는 이제 버려야 한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엔진성능 개선이 더욱 시급하다.

② 어린이가 걸음마를 배울 때는 수없이 넘어진다. 그때마다 질책하면 영원히 걷지 못할 수도 있다. 기업인들의 기를 살리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그룹 총수들을 매달 만나 식사한다면 설비투자가 두 배로 확대될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목민적 특성이 있어 지도자가 불을 놓기만 하면 알아서 잘 뛴다.

③ 외환위기 이후 우리 지식인들은 선진국을 무작정 따라가려는 경향이 매우 강해졌다. 미국 월가의 모델을 국내 기업의 선악 기준으로 삼는 것은 패배주의의 발로다. 우리의 강점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쪽으로 제도와 체제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모든 것을 감시 감독하려는 것은 좌파적 시각이다.

④ 아이디어가 넘치는 사회다. 이제 아이디어 양산보다 그것을 선별해 버리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 반드시 1.9버전을 거쳐야 2.0버전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액션플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론 논쟁을 실용논쟁으로 전환해야 한다.

⑤ 미국에서는 IT가 뜨면 공대에 IT관련 학과가 많이 생기고,다른 학과들도 현실 변화에 접목해 나간다. 교수들이 집단이기주의를 버리면 대학의 유연성과 효율성이 훨씬 높아질 수 있다.

⑥ 미국사회는 고대 그리스식 창의성 교육을 받고 실패를 용인하는 로마식으로 운용된다. 반면 우리나라는 스파르타식 교육을 받고 카르타고식 조직에서 살아간다. 우리나라가 모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위험관리(리스크매니지먼트)에 익숙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이 가는 곳으로 몰려가는 관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위험을 낮추면서 동시에 고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일종의 사기다.

현승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