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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컨센서스 12차 콜로키엄]

  • 주제: 사회연결망 이론
  • 발제자: 김용학 교수 (연세대 사회학과)
  • 일시: 2007년 2월 12일 (월요일) 오후 5시
  • 장소: EAI 회의실
  • 참석자: 김병국 손동현 윤순봉 이정우
  • 자료정리: 송문희(EAI)

콜로키엄 정리자료_text 21p


[요약] 정보화시대의 사회연결망이론

[발제] 사회연결망 이론 (김용학 교수)

[토론]

[참고자료]


[요약] 정보화시대의 사회연결망이론

1. 뒤르켐(Durkheim)의 유기체적 연대와 정보화시대의 연결망 이론

“우리는 전통사회가 가지고 있던 지역공동체적 연대를 잃고 대중사회에 편입됨에 따라 뿌리를 상실한 존재로 바뀌어 가고 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인 에밀 뒤르켐(Durkheim)은 자신의 저서 <사회분업론 De la division du travailsocial>에서 지역공동체 기반을 상실한 현대인을 분석한다. 그리고 ‘인간은 사회적 동물’임을 주창한 아리스토텔레스의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은 집단 소속에의 정체성을 필요로 하며 자연스럽게 연줄망(연결망)을 찾게 된다고 밝히고 있다. 뒤르케임은 연결망이 증대하는 이유를 기능적 의존성에서 찾았다. 근대 이전의 사회는 마치 지렁이의 마디를 잘라내어도 각 마디가 자기 충족적이기 때문에 생존할 수 있듯이, 그 사회를 다른 사회와 격리시켜도 독자적인 생존이 가능한 자기 충족적 사회였다. 그 사회를 구성하는 마을들도 독립적이고 자기충족적이었기 때문에 마을 사이의 상호작용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모든 부분이 전문적으로 분화되어 각기 다른 기능을 지니고 움직이므로 서로가 서로에게 의존해야 할 기능적인 필요성이 생겨났기 때문에 연결망이 증대한다고 뒤르케임은 설명한다. 동질성에 기초한 기계적인 연대가 아니라, 이제는 서로 각 부문간에 자발적으로 협동하는 유기체적인 연대가 사회 결속의 원리로 자리 잡는다는 것이다. 결국 더욱 각박해져 가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은 인간관계와 그 속에서 비롯되는 집단 소속감에 애착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뒤르케임의 통찰력은 세계화와 정보화에 의해 촉진되는 연결망의 확산을 설명하는데 아직도 유효하지만, 그가 관찰할 수 없었던 새로운 현상이 연결망을 확산시키고 있다. 바로 변이의 창조(creation of variation)을 위해서 연결망이 확산된다는 점이다. 쌀만 생산하는 사람이 고기가 먹고 싶어서 정육점 주인과 연결된다는 것이 뒤르케임의 설명논리라면, 변이의 창조는 퓨전, 혹은 경계 넘기(cross-over/cross-border)의 논리를 말한다. 경계 넘기를 통한 변이의 창조는 정보사회의 논리이다.

2. 네트워크 이론과 사회 연결망 이론

현대 사회학에서 가장 유행하는 담론 중 하나인 사회 연결망 분석(social network analysis)은 사회적 관계(혹은 연결망)에 대한 분석을 통해 사회구조를 연구하는 방법을 말한다. 연결망 분석은 개인의 공통 속성(attribute)에 기반한 일반화된 범주적 변수(예를 들면 성, 학력, 계급 등)의 무차별적 분석과 해석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개인의 행위나 정체성은 사회적 맥락과 관계(relation)속에서 가장 잘 이해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사회 연결망 이론의 기원은 거슬러 올라가 고전 사회학자인 짐멜로부터 찾을 수도 있겠지만, 분명히 사회구조 분석에서 사회자본 분석에까지 이르는 사회연결망 이론은 수학과 자연과학에서 발달한 네트워크 이론에 거의 상당 부분 빚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신경제의 현상들을 설명하고자 하는 경제학적 담론인 네트워크 경제 또는 복잡계 경제학 역시 이러한 네트워크 이론의 분석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인간의 감각 신경은 인간의 몸 구석구석에 퍼져 있지만 발끝에 있는 감각도 불과 몇 단계를 거치면 뇌에 전달된다. 이러한 현상이 인간사회에서도 나타나는데 이것이 ‘좁은 세상 현상(small world phenomenon)’이다.

3. 사회 연결망에 대한 관심 증대 이유

사회 연결망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이유는 연결망이 한 지역 내에서 혹은 전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영역에서 점차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으며, 둘째 이유는 연결망 내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개인이나 기업, 조직, 국가 등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로 증대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직장을 구하거나 승진을 할 때, 인맥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상식으로 여겨질 만큼 당연시 되어 온 사실이다. 다만, 이러한 상식이 연결망 개념을 통해서 엄밀한 과학적인 검증을 거쳐 ‘과학적인 사실화’가 되고 그 영향력의 크기가 양화되어 측정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영업사원의 마케팅 실적은 아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또 어떤 사람들을 알고 있는가 등 동원할 수 있는 연결망의 크기와 질에 달려 있다.

실리콘밸리의 신화로 지칭되는 미국의 벤처기업의 성공신화 등은 소규모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신기술을 조합하여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낸 연결망 조직의 효율에 의한 것이었다. 연결망에서의 위치가 점점 더 위력을 발휘하는 이유는 정보의 가치가 점차로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연결망에서 중앙을 차지하면 핵심적인 정보를 소유하게 됨으로써 권력을 갖게 되며, 왕따가 되거나 변방으로 밀려나면 정보의 흐름에서 소외되어 집단에서 영향력을 잃게 된다. 누구를 아는가가 안 되는 일도 되게 할 수도 있고, 결국 정치적 투쟁에서의 성패를 갈라 놓는다. 정치활동이나 경제 활동도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가가 중요한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 낸다.

4. 사회과학 패러다임의 변화(paradigm shift)

이와 같은 경험적인 연결망의 확산 현상은 사회과학 패러다임의 변화를 몰고 왔다. 과학철학적으로 사회과학은 속성 중심의 설명체계를 고수해 왔는데, 이제는 관계성 중심의 체제로 나아가고 있다. 이렇게 관계성에 대한 관심이 일어나는 이유는 동일한 연구주제도 관계적 질문으로 치환하여 연구하였을 때 전혀 새로운 현상에 주목할 수 있고, 새로운 이론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리매김 이론(theory of embeddedness)’이 이에 대한 대표적인 예이다. 사회 연결망 이론은 관계적 인간관을 기초로 한다. 인간은 자신이 맺고 있는 관계를 떠나서는 살 수 없으며, 이 관계로부터 자아 정체성을 부여 받는다. 자신이 갖고 있는 신념이나 가치관, 그리고 정치적인 견해도 자신과 상호 작용하는 사람들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인간의 의식과 행동은 이 관계에 의해 크게 영향 받으며, 이것이 관계에 자리 매겨진(embedded) 인간의 모습의 핵심이다. 연결망 안에 어떻게 자리 매겨졌는가에 의해서 권력을 갖기도 하며, 그에 따라 이익을 얻기도 하고 손해를 보기도 한다. 극단적인 예로서 왕따도 연결망 안에 자리 매겨진 특정한 형태이며, 이에 의해 왕따는 고통받기도 하고, 새로운 자리매김(embedding)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기도 한다. 섹스 네트워크의 허브는 에이즈와 같은 질병을 전세계에 빠른 속도로 전파한다. 동남아 국가 등에서 섹스 관광을 즐기는 사람들은 에이즈 바이러스를 멀리 전달하는 구실을 한다. 네트워크의 중앙에 자리매겨진 사람들의 파급효과가 큰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퍼트남이나 후쿠야마와 같이 신뢰와 사회적 자본을 연구하는 진영에서는 네트워크 이론을 활용하여 경제가 네트워크를 포함하고 있다는 것과 경제적 관계는 일반적으로 ‘신뢰’의 정도를 전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기존의 경제학 이론과는 달리 이러한 신뢰와 네트워크에 초점을 두는 연구들은 합리적 계산과 이해타산에 의해 지배되는 것처럼 보이는 경제적 행위들이 실제로는 신뢰관계에 결부되어 있다는 방식으로 설명한다. 이는 네트워크 이론이 경제, 문화에서 공통적인 법칙을 발견할 수 있고 또한, 경제, 문화가 생각보다 명백하게 분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측면을 보여준다.

5. 네트워크 변화와 권력의 이동: 정보비대칭성의 감소와 권력의 약화

연결망 사회의 출현은 기존의 위계질서를 수평적인 관계망으로 변화시키면서 ‘권력이동’이라는 현상을 낳고 있다. 새롭게 열린 상호작용의 길은 중앙으로 집중되었던 권력을 분산시켜 ‘권력이동’을 가져오는 것이다. 즉 연결망의 확산은 권력집중이 아닌 분권화를 가져오고 따라서 위계적인 권력관계가 약화될 것임을 예측하게 한다.

6. 네트워크와 정체성

집합행동을 연구하는 틸리는 이 상호작용의 효과를 포착하기 위하여 범연(CATNET)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그는 집단이라는 단어를 쓰기를 거부하며, 범주(category)와 연결망(network)으로 구성되는 개인들의 집합을 범연(CATNET)으로 개념화하였다. 그에 의하면 노동자, 여성 등과 같은 범주로서 정의된 집단은 집합행동을 하는 데 쓸모가 없고, 범주를 공유한 사람들 사이에 네트워크가 형성될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범주를 공유한 사람들은 네트워크를 통해서 비로소 그들이 중요한 사회적 성격을 공유한 집단이라는 것을 상호 인식하게 되고, 공통의 이해를 깨닫게 된다.

7. 네트워크와 관련된 사회학적 연구주제

네트워크와 관련하여 사회학에서 관심을 갖는 주제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네트워크의 분포적 특성과 네트워크의 특성에 관한 것이다. 왜 좁은 세상(small world)이 나타나게 되는지, 이 세상은 실제로 얼마나 좁은지, 그리고 몇 단계 만에 서로 연결되는지에 대한 연구이다. 두 번째는 네트워크의 생성(embedding)이 과연 어떤 원리에 의해서 생겨지는지에 관한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혈연이나 학연, 지연 등의 연줄은 왜 그토록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과연 이러한 연줄의 힘이 연결망 사회에서도 그대로 지속 혹은 강화될 것인지에 대한 예측도 연구대상이다. 세 번째는 네트워크의 효과에 관한 것이다. 사스, 에이즈, 컴퓨터 바이러스 등의 전염병 차단과 예방을 위해 네트워크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생산성 측면에서, 어떤 종류의 네트워크 구조를 만들어야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는가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 전통경제학에 대해 경제사회학자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들에 의하면 시장도 완전한 자유경쟁시장(free market)dl 아닌 네트워크로 구조화 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네트워크 내에서의 위치효과 또한 관심의 대상이다. 왕따와 스타의 차이가 무엇인지, 이들의 사회적 성과의 차이는 어떻게 나타나는지가 관심의 대상이다.

연결망 사회의 출현은 ‘좁은 세상’과 ‘불평등’이라는 특징을 지닌 네트워크가 전 지구적 차원으로 확산되며 사회의 모든 영역에 네트워크가 파고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로서 복잡계로서의 사회 현상을 예측하기가 더욱 어려워졌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스스로 통제하고 조정하기가 힘들어졌다. 이런 불확실성의 증가로 ‘위험사회’가 심화되어 가고 있다. 네트워크 사회의 출현은 분산화와 권력이동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하지만, ‘가진 자가 더 갖는다’라는 네트워크의 수확체증의 효과에 의한 경제불평등의 진행방향은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키워드>

사회 연결망 이론, 패러다임의 변화(paradigm shift), emergence, 자리매김 이론(theory of embeddedness), 형태(forms)와 내용(contents) 구분, attribute와 relational property, 관계적 인간관, 좁은 세상 현상(small world phenomenon), 멱함수 분포(power law), 정보비대칭성의 감소와 권력의 약화, 위계, 정체성, 범연(CATNET)


[발제] 사회연결망 이론 (김용학 교수)

발제자료_ppt 69p


1. 사회 연결망 이론과 패러다임의 변화(paradigm shift)

(1) 사회과학 패러다임의 변화

사회 연결망을 연구하는 국제 네트워크인 INSNA(international network for social network analysis)의 홈페이지에는 사회 연결망 분석을 소개하는데 다음의 글을 인용한다.

“개미들의 움직임과 접촉하는 모습을 보면 무작위적이 아니라 패턴이 있는 사회구조를 관찰할 수 있다. 멀리 떨어져서 관찰한다면 울리는 개미처럼 보이는 마을사람들 사이의 구조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은 인간 점들은 무작위적으로 서로 다가서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점들은 항상 모여 있으며, 어떤 점들은 가끔 만나며, 어떤 점들은 결코 만나지 않는다. 아주 멀리서 관찰할 수 있다면 인간의 삶도 패턴에 불과할 것이다”. (INSNA)

사회 연결망 이론은 관계적 인간관에 입각하여 인간행위와 사회구조의 효과를 설명하려는 시도이다. ‘사회 연결망 분석의 특징은 일정한 사람들 사이의 특정한 연계(linkages) 전체의 특성으로 연계에 포함된 사람들의 사회적 행위를 설명하려는 시도’라는 미첼(Mitchell, 1969)의 주장은 연결망 이론의 설명논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 각 개인의 상호작용의 연결망은 행위를 통해 (재)생산되고 유지되며, 동시에 개인들에 의해 생겨나는 연결망의 전체 구조는 그들의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 자리매김 이론(theory of embeddedness, Granovetter, 1985)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연결망 이론은 특정한 형태의 연결망 안에 ‘자리 매겨져 있는’ 행위자의 위치가 그들의 의식이나 효용, 혹은 행위에 대한 보상(payoff)에 까지도 영향을 미친다는데 초점을 맞춘다. 예를 들면 각 연결망의 중앙에 놓여 있는지 변방에 놓여 있는지, 혹은 외톨이(isolated)인지 아닌지에 따라 가치관이나 행동이 달라진다. 자리매김에 따라 이념이나 행위의 특성이 달라지는데 기업의 성과나 생존도 그 기업이 맺고 있는 관계망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관계망의 ‘형태’에 중점을 두는 것은 짐멜의 형태사회학(formal sociology)으로부터 유래한 전통이다. 짐멜은 형태(forms)와 내용(contents)을 구분하고 심리학이 내용(contents)을 다루는 학문이라면 사회학은 형태(form)를 다루는 학문으로 재정립 되야 한다면서 사회학은 사회관계 형태의 기하학(geometry of sociations)이라고 명명했다. 짐멜은 dyad와 triad, 2자관계와 3자관계로 나누어 노드가 하나만 변해도 이 관계가 얼마나 복잡해 지는지 연구했고, 또한 교환관계라는 것을 연구해서 교환이론의 창시자가 되었다. 사회학의 탐구영역에서 관계의 내용(contents)을 의도적으로 제외시킨 짐멜의 전통에 관계의 내용을 어떻게 채워 넣을 것인지가 향후 사회학의 과제 중 하나이다.

이러한 사회 연결망 이론은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을 불러오고 있다. 개별적 속성(attribute)에 근거한 통계학적인 연구는 이제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개인의 관계적 속성(relational property)으로 설명의 중심이 옮겨져 가고 있다. (예를 들면 학력이 1년 증가하면 소득이 얼만큼 증가하는지는 대개 알고 있다. 그러나 친구가 10명 늘어나면 그 사람의 성과는 얼마나 높아지는지 이런 것은 잘 모른다). 사회 연결망 이론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초래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 번째 이유는 연결망이 한 지역 내에서 혹은 전세계적으로 거의 모든 영역에서 점차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으며, 두 번째 이유는 연결망에서의 차지하는 위치가 개인이나 기업, 조직, 국가 등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로 증대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세 번째 이유는 IT혁명과 정보화로 인해 방대한 네트워크 자료를 빠르고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예를 들면 결혼정보회사에 등록된 17만 명에 대한 데이트 기록과 데이트한 다음에 어떤 느낌을 가졌는지, 그뿐만 아니라 그 중에 누가 결혼을 했는지에 대한 온라인 데이터 베이스를 활용할 수가 있는 것이다.

(2) 사회 연결망 이론과 네트워크 이론

사회 연결망 이론은 인간행위를 사회구조, 특히 네트워크의 구조로 설명하려고 시도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람들 사이의 연계 네트워크의 특성으로 연계에 포함된 사람들의 행위를 설명하려는 시도이다. 사람들은 행위의 선택을 통해서 네트워크를 만들어 내는데, 일단 네트워크가 구조화가 되면 네트워크에 속한 사람들의 행위에 제약을 가하게 된다. 예를 들면 내가 어떤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어하는데, 모든 남자들이 그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어한다면 나의 선택에 제약이 따르게 된다. 여기에서 행위가 구조를 만들어내지만 동시에 구조는 행위를 제약해버리는, 행위와 구조의 이중성(duality)의 개념이 나온다. 연결망 분석은 개인의 공통 속성(attribute)에 기반한 일반화된 범주적 변수(예를 들면 성, 학력, 계급 등)의 무차별적 분석과 해석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개인의 행위나 정체성은 사회적 맥락과 관계(relation)속에서 가장 잘 이해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이러한 사회 연결망 이론의 기원은 거슬러 올라가 고전 사회학자인 짐멜로부터 찾을 수도 있겠지만, 분명히 사회구조 분석에서 사회자본 분석에까지 이르는 사회연결망 이론은 수학과 자연과학에서 발달한 네트워크 이론에 거의 상당 부분 빚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신경제의 현상들을 설명하고자 하는 경제학적 담론인 네트워크 경제 또는 복잡계 경제학 역시 이러한 네트워크 이론의 분석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인간의 감각 신경은 인간의 몸 구석구석에 퍼져 있지만 발끝에 있는 감각도 불과 몇 단계를 거치면 뇌에 전달된다. 이러한 현상이 인간사회에서도 나타나는데 이것이 ‘좁은 세상 현상(small world phenomenon)’이다.

(3) 관계적 인간관

사회과학에는 대표적인 두 개의 대립된 인간관이 있다. 고전 경제학적 인간관과 사회학적 인간관이 그것이다. 효용극대화라는 핵심개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신고전 경제학에서 상정하는 인간은 합리적인 인간으로서,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수단을 계산하고 선택하는 인간이다.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이를 낳는 것을 결정하는 과정도 투자가가 얼마를 투자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과정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러한 경제학적 견해에 의하면 모든 것에 가격을 매길 수 있다. 인간의 양심에도 가격을 매길 수 있는데, 이 가격은 받는 뇌물의 크기에 의해서 결정된다. 즉, 청렴한 사람이라도 뇌물의 크기가 점차로 올라가면, 그리고 잡힐 확률이 높지 않으면 양심을 팔게 되는, 양심 매매가격이 형성된다는 말이다(Becker, 1976). 사회의 도덕이나 규범은 갈 곳이 없고 오직 수지타산만 맞춘다고 여겨지는, 소위 과소사회화된(under-socialized) 인간이 그려지는 것이다.

같은 사회과학 분야이지만 사회학은 신고전 경제학과는 정반대되는 규범적 인간이라는 과잉사회화된 인간을 내세운다. 인간은 자신이 사회로부터 부여 받은 역할을 맡는 ‘역할 수행자’이며, 사회화를 통하여 습득한 문화와 가치대로 행동한다고 여겨진다. 인간은 문화가 제공하는 ‘행위의 문법’에 따라 행동한다. 엘리베이터를 탄 후 문을 등지고 뒤돌아 서서 안에 탄 사람의 눈을 빤히 쳐다보는 실험을 해 보면(Goffman, 1959), 정상적인 행위문법이 깨졌을 때 당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사람들이 사회로부터 주어진 도덕과 규범을 따라 행동한다면, 돈을 주우면 주인에게 돌려 주어야 하는 등, 정당함이나 공정함을 행위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즉, 신고전경제학이나 사회학이 가정하는 어떤 인간도 현실과는 괴리가 있으며, 정반대 방향에서 인간 행동을 설명하는데 각기 실패하고 있다. 사회연결망 이론은 그러한 고전적인 신고전 경제학과 사회학적 인간관과는 다른 인간을 상정하고 있다. 즉, 연결망 위치에 따라 다르게 행위하는 인간, 자신이 놓여있는 관계망의 형태에 따라 다른 행동을 하는 인간이라고 상정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놓인 관계망에 따라 행위가 달라진다는 사실을 ‘흥정 게임’실험으로 알 수 있다. 두 명씩 짝지어진 익명의 실험 참여자는 각기 다른 방에 놓여져서 실험의 내용에 대해 똑같은 설명을 듣는다. 한 명의 피실험자에게 20,000원을 지불하고 다음과 같은 지침을 전달한다. 다른 한 명은 상대가 남겨준 돈의 크기를 본 후, 그 돈을 받을 것인지를 결정하면 된다.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이이고, 실험 후에도 서로 만날 수도 없다.

“당신에게 지금 20,000원이 주어졌습니다. 단신은 이 중 얼마를 자신이 갖고 나머지를 익명의 사람에게 얼마를 남겨주어야 합니다. 만약 단신이 남겨 준 돈을 그 사람이 받지 않겠다고 하면, 당신은 자신이 가지려 했던 돈을 갖지 못합니다. 당신은 얼마를 남겨 주겠습니까?

실험 결과를 보면 평균적으로 자신이 가지려고 한 돈이 17,000원, 즉 3,000원 정도를 파트너에게 남겨주면 받기를 거부했다. 한 마디로 인간은 효용극대화자와 규범적 행위자 사이의 가운데쯤에 위치하고 있다. 그런데 이 실험에서 익명의 파트너가 같은 과 학생이라고 알려주면 반반으로 나눈 비율이 급증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이것은 사람들의 행위가 관계망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나타내 주는 것이다. 관계적 인간관(relational concept of men)에서는 바라보는 인간은 관계망에서 자신이 놓인 위치나 놓여있는 관계망의 구조에 따라 달리 행동하는 존재이다. 사회 연결망 이론은 이러한 관계적 인간관에 기초하고 있다. 지금까지 네트워크에 관련된 경험적 연구를 보면 연결선 수가 많고, 같은 숫자인 경우는 중첩되지 않는 곳에 연결되는 사람들이 성과가 좋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네트워크와 관련된 사회학적 연구주제

네트워크와 관련하여 사회학에서 관심을 갖는 주제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는 네트워크의 분포적 특성과 네트워크의 특성에 관한 것이다. 왜 좁은 세상(small world)이 나타나게 되는지, 이 세상은 실제로 얼마나 좁은지, 그리고 몇 단계 만에 서로 연결되는지에 대한 연구이다. 네트워크에는 연결선의 구조가 보통 80/20 법칙이라고 불평등한 멱함수 분포(power law)가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80/20 법칙은 파레토가 20%의 완두콩 나무에서 80%의 소출이 생긴다는 사실을 관찰하면서 발견한 것으로 알려져 잇다.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의 분포를 살펴 보아도 20%의 단어가 80% 정도의 빈도로 등장한다는 지프 계수(Zipf coefficient)도 비슷한 정도의 불평등을 표현한다. 내 친구의 친구가 나의 친구가 될 확률을 나타내는 clustering coefficient도 한국이 미국보다 훨씬 더 높게 나타난다. 롱 사이클을 찾아내고자 하는 블록 모델링도 구조찾기의 한 예로 사용되고 있다.

두 번째는 네트워크의 생성(embedding)이 과연 어떤 원리에 의해서 생겨지는지에 관한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연결선을 만들어 가고 있는데, 가끔은 만들어진 연결선 위에 던져지기도(예: 친족관계) 누가 누구와 성관계를 맺는가 하는 결혼관계망의 구조적 특징과 사회적 구성원리(homophily) 등에 관해 연구한다. 최근에 결혼정보회사의 데이터를 분석해 본 결과 다른 변수를 다 통제했을 때 아름다움을 기준으로 한 여성의 인성등급이 한 등급 올라가면, 즉 여자가 한 등급 더 예쁠 경우 결혼상대 남성의 연봉이 평균 371만원이 증가한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한국사회에서 혈연이나 학연, 지연 등의 연줄은 왜 그토록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인지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과연 이러한 연줄의 힘이 연결망 사회에서도 그대로 지속 혹은 강화될 것인지에 대한 예측도 연구대상이다.

세 번째는 네트워크의 효과에 관한 것이다. 사스, 에이즈, 컴퓨터 바이러스 등의 전염병 차단과 예방을 위해 네트워크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생산성 측면에서, 어떤 종류의 네트워크 구조를 만들어야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질 수 있는가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 전통경제학에 대해 경제사회학자들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들에 의하면 시장도 완전한 자유경쟁시장(free market)이 아닌 네트워크로 구조화 되어 있다고 주장한다. 네트워크 내에서의 위치효과 또한 관심의 대상이다. 왕따와 스타의 차이가 무엇인지, 이들의 사회적 성과의 차이는 어떻게 나타나는지가 관심의 대상이다. 여성의 경우 동료남성보다 승진과 보상이 느린 것에 대해 여성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여성학자들이 있다. 그러나 네트워크 사회학자들은 여성들의 네트워크가 너무나 작기 때문에 생산성이 낮을 수 밖에 없고, 낮은 생산성에 대해서는 낮은 보상을 줄 수 밖에 없다는 네트워크시장논리로 이를 반박한다. 이들은 한 기업 내에서도 조직 내의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남성들과 네트워킹을 잘하는 여성들의 성과가 훨씬 더 높다는 경험적 연구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연결망 사회의 출현은 ‘좁은 세상’과 ‘불평등’이라는 특징을 지닌 네트워크가 전 지구적 차원으로 확산되며 사회의 모든 영역에 네트워크가 파고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결과로서 복잡계로서의 사회 현상을 예측하기가 더욱 어려워졌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스스로 통제하고 조정하기가 힘들어졌다. 이런 불확실성의 증가로 ‘위험사회’가 심화되어 가고 있다. 네트워크 사회의 출현은 분산화와 권력이동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존재하지만, ‘가진 자가 더 갖는다’라는 네트워크의 수확체증의 효과에 의한 경제불평등의 진행방향은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3. 네트워크 변화와 권력의 이동: 정보비대칭성의 감소와 권력의 약화

연결망 사회의 출현은 기존의 위계질서를 수평적인 관계망으로 변화시키면서 ‘권력이동’이라는 현상을 낳고 있다. 교환이론에서 권력이란 의존(dependence)의 역함수이다. 즉 A가 B에 대해서 갖는 권력은 B가 A에 의존하는 정도에서 A가 B에 의존하는 정도를 뺀 함수이다. 서로 의존도가 대칭인 교환관계에서 권력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중앙-변방 구조에서는 중앙에 모이는 정보의 양과 변방에 있는 정보의 양이 비대칭적이므로 중앙이 권력을 갖게 된다. 이러한 정보 비대칭성, 혹은 자원획득의 용이함에 기인한 중앙의 변방에 대한 상대적 권력은 변방의 행위자들이 상호 연결되면 축소된다. 새롭게 열림 상호작용의 길은 중앙으로 집중되었던 권력을 분산시켜 ‘권력이동’을 가져오는 것이다. 즉 연결망의 확산은 권력집중이 아닌 분권화를 가져오고 따라서 위계적인 권력관계가 약화될 것임을 예측하게 한다.

4. 네트워크와 정체성

(1) 네트워크는 정체성의 근원

네트워크는 정체성의 근원일 수도 있다. 트루먼쇼라는 영화는 인간관계가 모두 다 허구라면 그럼 너는 무엇인지, 너의 정체성은 무엇이냐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결국 우리가 갖고 있는 이념이나 정체성, 코드 이런 것들도 네트워크의 산물이 아니냐는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개인적 속성과 관계적 속성은 상호작용 효과를 갖는다. 집합행동을 연구하는 틸리는 이 상호작용의 효과를 포착하기 위하여 범연(CATNET)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그는 집단이라는 단어를 쓰기를 거부하며, 범주(category)와 연결망(network)으로 구성되는 개인들의 집합을 범연(CATNET)으로 개념화하였다. 그에 의하면 노동자, 여성 등과 같은 범주로서 정의된 집단은 집합행동을 하는 데 쓸모가 없고, 범주를 공유한 사람들 사이에 네트워크가 형성될 때 비로소 힘을 발휘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범주를 공유한 사람들은 네트워크를 통해서 비로소 그들이 중요한 사회적 성격을 공유한 집단이라는 것을 상호 인식하게 되고, 공통의 이해를 깨닫게 된다. 또한 이 네트워크 안에서 상호 작용하면서 집단 정체성을 형성하여 자신이 속한 집단과 집합적 이해에 대해서 충성과 헌신을 약속하게 된다.

(2) 한국사회의 네트워크: 한국사회의 학연의 효과도 멱함수법칙(power law)을 따르는가?

한국 사회의 3대 연줄이라 불리는 학연, 혈연, 지연 중에서도 한국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은 학연이다. 한국의 상층에서 학연의 효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 수학능력시험 점수의 근소한 차이가 얼마나 큰 사회적인 결과의 차이를 가져오는지를 분석해 보았다.

분석방법으로는 출신 대학에 따라 연줄 활동에 차이가 있는지를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알아본 후, 학벌에 따라서 사회엘리트로의 진출확률이 얼마나 불평등한지를 살펴보았다. 그 다음에는 연줄 활동과 관련이 있는 신문의 부음이나 인물 동정 기사에서 언급되는 대학 이름의 빈도 수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 대학서열과 연줄 활동 사이에 강한 관련성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지니 계수가 각 0.85, 0.91로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는 것은 다른 말로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의 독식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엘리트 배출실적에서의 대학서열은 현재의 대학입학에 필요 수능점수의 서열과 그대로 일치하고 있다. 수능 점수와 신문의 동정기사와 부음기사 사이의 상관관계도 거의 완벽하게 일치한다.

5. 사회 연결망 이론의 과제

(1) 관계에 기초한 사고로의 패러다임 변화(Thinking Relationally)

이건 paradigm shift이기 때문에 이때까지 CAT만 가지고 설명했는데 앞으로는 CATNET을 가지고 설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2) 폐쇄적 연줄사회에서 개방적 연결사회로

한국사회가 산업화를 통한 경제발전을 하면서 연줄이 긍정적인 효과를 만들어 낸 측면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관료들 사이의 긴밀한 학연은 정책조율에 효율성을 가져오고 경제적으로는 연줄을 통해 감시비용과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연줄은 공정성을 해친다거나,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작용하는 등 그 부정적인 결과도 크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정보화 사회가 심화되는 미래에도 연줄이 과거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작동할 것인가? 나는 우리 사회의 특징적인 연줄이라는 것이 앞으로 서서히, 조금씩 약화되어 갈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연줄망이 구조적 부패의 수단으로 이용될 때 사회적 비효율을 낳고 도덕성의 위기를 가져온다. 둘째, 경쟁이 심화될수록 사람들은 연줄망에 의해 독점되는 정보나 통제권에 강한 반발을 보이게 되어 사회적 갈등이 심화된다. 셋째, 연줄망 사이의 조정 비용이 크면 사회적 손실이 발생한다. 폐쇄적 연줄망은 내부적으로는 거래 비용을 줄이지만, 동시에 더 큰 단위에서 사회적 조정비용을 발생시킨다. 넷째, 연줄망은 고착되는 경향이 있지만, 연결망은 유동적이어서 환경변화에 적응력이 높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특수주의적 연줄망은 보편주의적 연결망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한국사회는 아직까지 아는 사람을 통한 비즈니스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cold call’(전혀 모르는 사람끼리 전화를 해서 비즈니스가 성립되거나 실패하는 것)의 확대가 필요하다.

(3) complexity와 emergence

연결망 사회가 출현했다는 말은 사회가 복잡계(complex system)의 현상을 띠게 되었다는 의미와 일맥상통한다. 네트워크와 관련된 현상은 예측하기 어려우며, 법칙적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시간적으로 되돌려 반복시킬 수 없는 복잡한 현상을 낳기 때문이다. 연결망 사회가 도래함에 따라 사회 각 영역에 네트워크가 확산되어 나가면서 세상은 점점 복잡성이 더해가는 복잡계로 변해간다. 좁은 세상(small world) 현상이 증가하고 IT 기술에 의한 관계적 데이터(relational data)가 축적되는 등으로 네트워크 사회(network society)가 부상하고 있다.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창발현상(emergent property), 상전이(phase transition) 가 생겨나고 혼돈의 가장자리(edge of chaos)에서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현상들이 종종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을 어떻게 설명해 낼 것인지가 앞으로 사회학의 과제로 남아있다.


[토론]

토론주제

  • 네트워크 사회는 과연 수평적이고 평등한 사회로의 ‘권력의 이동(power shift)’을 가져올 것인가?
  • 사회연결망 이론은 네트워크의 내용(contents)을 설명해 줄 수 있는가?
  • 네트워크 내의 위계(hierarchy)와 방향성 문제

1. 네트워크 사회는 과연 수평적이고 평등한 사회로의 ‘권력의 이동(power shift)’을 가져올 것인가?

김용학: 네트워크 사회로 변화되면 정보 비대칭성의 해소를 전제로 할 경우 점차 권력이동(power shift)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과거의 방사위계형 네트워크가 점차 수평적 네트워크로 바뀌게 되면, 정보 비대칭성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정보 비대칭성이 감소한다는 것은 정보가 권력인 정보사회에서 변방들끼리 서로 수평적으로 연결됨으로 인해 중앙이 갖고 있는 권력이 약화됨을 의미한다.

김병국: 흔히 네트워크라고 하면 권력이 분산되고 열린 사회 또는 민주적인 세계로 나아가는 모습을 연상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네트워크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전제조건인 신뢰성, 개방성, 협동성 등의 여러 조건들을 충족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이다. 이런 네트워크를 만들어 내는 것이 쉽지 않고 만들어진 네트워크를 운용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구조적으로 보면 네트워크 사회는 수직적인 사회에서 수평적인 사회로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네트워크 내에서 허브 역할을 담당하면서 타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실체의 수는 극히 제한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네트워크 사회는 표면상 수평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그 실질은 허브를 차지한 엘리트나 지식층에게 유리한 세계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다.

윤순봉: 미래 네트워크 사회는 오히려 엘리트 계층에 유리한 사회가 될 것이라는 견해는 허브를 차지한 사람이나 조직(예를 들면 강자(强者) 또는 엘리트)이 승자독식 원칙에 따라 더욱 강해질 것이라는 판단에서 나오는 것 같다. 김교수가 형태(form)와 내용(contents)으로 나누는 것을 다른 말로 표현하면 컨테이너(틀, container) 대(對) 컨텐츠(contents)의 싸움이다. 네트워크에서는 컨텐츠를 가진 사람보다, 틀을 가진 사람이 더 강해질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위키피디아, 구글, Daum 등은 자체 컨텐츠를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고 컨텐츠를 쏟아 부을 수 있는 틀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요즘 뜨는 UCC나 유투브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여러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틀이나 컨테이너를 가지고 있으면 컨텐츠는 자동으로 모아지게 되므로 이 틀을 제공할 수 있는 자가 새로운 강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지금까지는 컨텐츠를 가진 사람이 강자였으나 앞으로는 틀(form)과 컨테이너(container)를 가진 사람이나 조직이 주도권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

김용학: 멱함수 법칙(power law)의 발생원인에 대한 연구는 굉장히 중요하다. 임계현상만으로 이것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성경에 나오는 마태법칙(preferential attachment)은 멱함수 법칙의 발생원인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을 제공한다. 이 마태법칙이 네트워크에도 그대로 있다. 내가 한 사람과 연결선을 가지고 잘 유지하려고 하는데, 이 사람은 나보다는 연결선이 많은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가고 싶어할 경우가 바로 마태법칙(preferential attachment)의 일례이다. 이것을 보면 네트워크가 멱함수분포(power law)로 가는 과정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연결망 외부성(network externality)’이라는 개념이 있다. 연결망 외부성이란 한 재화의 가치가 그 재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직접 간접적인 네트워크에 의해 영향을 받는 현상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팩스의 가치는 팩스에 내재하기보다는 ‘얼마나 많은 다른 사람들이 팩스를 소유했는가’ 즉, 팩스 연결망의 크기라는 외부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내가 어떤 문서편집기나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할 것인지를 선택할 경우 나는 다른 사람들이 어떤 것을 사용하는가를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연결망 외부성(network externality)’이 커지게 될수록 수확체감이 아닌, 수학 체증(increasing return)의 법칙이 생기게 된다. 네트워크 사회로 가면 갈수록, 빈부 격차에 따른 사회양극화나 권력의 불평등이 더 커지게 될 개연성이 높다. 가진 자가 다 갖는(Winner takes All) 사회의 도래는 미래 네트워크 사회에 대한 암울한 전망을 시사한다. 제레미 리프킨은 앞으로 실업률이 80%인 사회가 올 것이며 이들 80%는 결국 복지에 의존해야 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나 앞으로 상품생명주기(product life cycle)가 급속하게 단축되어 빠른 대체가 가능하게 되면 승자독식(Winner takes All)을 어느 정도 견제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생각된다.

2. 사회연결망 이론은 네트워크의 내용(contents)을 설명해 줄 수 있는가?

손동현: 범주적 사고(categorical thinking)라는 것은 정체성(identity)을 분명하게 하고 관계(relation) 이전의 어떤 실체를 보여주는 사고인데, 이것만 가지고 네트워크의 유동적인 움직임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범주적 사고(categorical thinking)로는 하부구조 설명에는 문제가 없지만 창발을 통해 새로 생성된 상부구조의 설명에 있어서는 논리가 궁색해진다. 창발(emergence)현상을 네트워크 법칙적 관점에서 설명할 수는 없는가? 네트워크 속에 존재하는 변하지 않는 법칙을 찾아내야 한다.

윤순봉: 작은 개체들이 모여서 상호 영향을 주고 받다가 어느 순간 완전히 새로운 질서가 나타나는 모습을 ‘창발 현상(emergence)’으로 표현한다. 국민국가중심의 세계 정치공간에 이 개념을 대입해 본다면 창발의 결과 권력의 동질화가 점차 가속화되리라고 예측할 수 있다. 정치경제학적으로 보면 한미일 FTA가 성립되는 경우 정치권력은 3개국이지만 경제권력은 도시 중심으로 생겨나게 되고 이들 도시 사이에 네트워크가 성립되면 우리가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네트워크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20 대 80 원칙’이라는 멱함수 법칙(power law)의 발생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의 주된 관심사이다. 만약에 우리가 ‘power law’가 작동하는 원리나 완전히 새로운 질서가 탄생하는 ‘창발현상(emergence)’의 발생원리를 알 수 있다면 네트워크 이론에서도 대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즉, 빈익빈 부익부라는 소득 양극화 현상의 심화에 따른 빈자층에 대한 국가의 구조방법과 정보빈자 대 정보부자의 분리(divide) 현상에 대한 극복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김병국: 강연자는 혁명의 확산 과정(diffusion process)을 네트워크이론으로 설명하였다. 그러나 여러 가지 혁명사상 중 실제로 이런 곡선을 타면서 전파되는 것은 극히 일부일 것이다. 네트워크를 통한 전파과정도 중요하지만 누가 전파의 주체가 되는가 하는 문제도 중요한데 네트워크 이론이 그것을 어떻게 설명해 줄 것인가? 네트워크가 어떤 면을 ‘설명’ 할 수 있고 어떤 면을 ‘묘사’(description) 할 수 있는지 즉, 확산 과정 곡선(diffusion process curve)자체가 네트워크 확산과정에 대한 단순한 묘사(description)에 그치는 것인지 아니면 현상에 대한 설명(explanation)까지 해줄 수 있는 것인지가 궁금하다. 동료집단 영향모델(peer influence model)에서 ‘수렴 현상’을 이야기하지만 수렴의 내용과 주체에 대한 질문에 대해 네트워크 이론이 답할 수 있는 것인가?

김용학: 네트워크에 관한 발표를 하면 네트워크의 내용(contents)이나 작동원리를 설명해 줄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공통적으로 접하게 된다. 사회연결망 이론에 대한 강연 시작 때부터 형태(forms)와 내용(contents)을 구분해서 출발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네트워크이론은 내용(contents)에 대한 설명은 빈약한 것이 사실이다. 다만 네트워크 구조(structure)가 네트워크 과정(process)에 대한 영향력을 가질 것이라는 전제에서 제한적이나마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면 조선왕조가 500년 간이나 지속될 수 있었던 요인을 찾는데 있어 양반구조가 상호분절된 형태가 아닌, 통합된(integrated) 네트워크로서 존재했기에 가능한 것이라는 가설이 있을 수 있다.

범주(category)와 연결망(network)을 종합한 개념인 범연(CATNET)이라는 개념이 네트워크에서는 굉장히 핵심적인 것 같다. 옛날에는 카테고리를 나누어 사람의 행동을 예측했다. 그러나 이제 카테고리 자체, 이를테면 지배계급 자체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이들의 네트워크가 어떻게 형성되느냐에 따라서 행동이 달라진다. 386 코드라는 것도 범연(CATNET)의 전형적인 모습이고 혁명사상, 비행, 전염병도 네트워크를 통해서 퍼져나간다. 이런 범연(CATNET)의 개념으로 네트워크의 내용을 어느 정도 분석할 수 있다고 본다. 혁명 등의 확산과정 곡선을 보면 임계치(critical mass)가 확보되어야만 이때부터 비상(Take-off)이 가능해져 혁명이 성공하게 됨을 알 수 있다. 혁명이론가들이 밴드 웨건 이펙트(bandwagon effect)를 중시하는 것도 임계치(critical mass)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네트워크 구조에 따라서 곡선의 형태는 달라지겠지만 네트워크 이론에서는 이런 임계치(critical mass)도 하나의 네트워크라고 본다.

‘컨테이너’와 ‘컨텐츠’라는 단어를 다르게 표현하면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과 인적 자본(human capital)으로 나타낼 수 있다. 지식과 능력이 있는 인적 자본(Human capital)이 지금까지 성공의 중심에 있었다면, 앞으로는 컨테이너인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이 성공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이다. 신뢰를 기초로 한 관계적 계약(relational contract)을 기반으로 하는 네트워크가 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하면 물건값이 가장 싼 가게를 금방 알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 가게 혼자 독식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최근 연구결과가 있다. 조건이 같은 온라인상에서도 조금 비싸더라도 신뢰(trust)가 형성된 기존이용가게에서 물건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미래사회에는 검색비용과 디지털 코스트(digital cost)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신뢰를 기초로 한 관계적 계약(relational contract)이 존재하는 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하는 자가 물건판매를 독식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왜냐하면 완전한 신뢰(trust)사회가 구현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신뢰가 생기는 유일한 장소가 학연 지연 혈연이었는데, 이제는 사이버 공간에서 네트워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신뢰의 장소들이 상당히 확장되고 있다. 네트워크 커뮤니티 오피니언 리더의 영향력이 매우 커지게 되며 이들을 중심으로 신뢰관계가 쌓이기 시작하면서 고등학교나 대학동창보다 더 끈끈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장소가 제공되는 것이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연줄이 점차 약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제공해 준다.

3. 네트워크내의 위계(hierarchy)와 방향성 문제

윤순봉: 네트워크의 내용을 분석할 때 ‘방향성’과 ‘힘의 세기’를 어떻게 설명하는지가 궁금하다.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각 화살표를 단순한 직선이 아니라 방향성을 나타낼 수 있는 선으로 표현할 수 있는가와, 각각 다른 선의 굵기나 가중치(weight)를 네트워크이론은 어떻게 설명해 내는지 묻고 싶다. ‘세포 → 장기 → 기관 → 사람’에 이르는 각 과정(layer)에서 위계(hierarchy)가 존재한다. 네트워크 이론에서는 이런 위계(hierarchy)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가?

김병국: 국제정치의 구조변화에 따른 권력분산으로 인하여 향후 초강대국인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런데 현재 미국은 전세계적인 네트워크를 토대로 군사변환(military transformation)을 시도하고 있다. 그런데 이것은 전세계적인 네트워크 ‘틀’을 갖고 있는 강자(强者)인 미국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미국이 자국중심의 네트워크를 통해 관계를 형성하면서 다른 국가들에 침투해 들어가는 과정에 있어 ‘지식’, ‘이념’, ‘문화’, ‘동맹관계’ 등의 내용물(contents)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만드는 네트워크와 중소기업의 네트워크는 그 틀에 있어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런 큰 틀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물((contents)도 갖춰져야 할 것이다. 네트워크 자체가 수평성과 민주성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네트워크의 작동원리를 보면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이나 집단 혹은 국가가 갖춰야 할 것은 여전히 수직적 위계에 기초한 권력(power)의 획득이 될 것이다.

김용학: 네트워크 내에도 위계(hierarchy)가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무척 중요하다. 생명체의 경우 생명체 네트워크 구조는 분자 레벨, 세포 레벨 단계를 거쳐 나가면서 각 단계별로 창발현상이 나타난다. 그런데 심장이 뛰는 원리를 보면 생명체의 유지를 위해 심장이라는 가장 중요한 기관을 탈집중화(decentralized) 시켰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과 진화(evolution)의 결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중앙집중 방식이 아닌 권력의 분산을 통해 생명의 영속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연결선의 ‘방향성’을 나타내고 ‘힘의 세기(centrality)’에 따라 선의 굵기도 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나타낼 수 있는 네트워크 분석 기법이 많이 개발되어 있다. 위협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허브(hub)를 찾아 파괴하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네트워크의 4%만 없애면 네트워크의 50%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실험결과도 있다. 허브망을 이용해 여행거리(traveling distance)를 효과적으로 단축시킬 수도 있고 효율적인 마케팅전략을 수립할 수도 있다. 국회의원 네트워크를 연구한 결과 상대당 당원을 끼고 법안 발의하는 경우 법안이 통과될 확률이 몇 배나 높아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저작권 등의 법적인 문제를 피하기 위해 P2P (peer to peer)가 사용되면서 허브를 교묘히 피해나가는 재미난 양상도 보이고 있다.

이정우: 창발 현상(emergence) 설명에 기여하는 수학은 아마도 정태적인 수학이 아닌 미적분이 될 것이다. 미적분에서는 규정된 항이 아니라 흐르는 항을 전제한다. 비규정적인 흐름들이 상호 어떤 수학적 관계를 맺기 시작하면서 함수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흐름 속에서 범주적 위계(categorical hierarchy)가 아니라, 관계적 위계(relational hierarchy)가 나타나게 된다. 결론적으로 카오스 이론의 대전제는 하나의 질서를 상위질서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질서를 하위의 무질서 그 자체로 설명하려는 것이다.


[참고자료]